덕후의 잉여력

풍산개 (3) - 그때 그시절 풍산개와 진도개

herocosmos 2021. 2. 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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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모두 다 아는 이야기

2부 - 나만 아는 이야기

3부 - 그때 그시절 풍산개와 진도개

 

 

 

2부 "나만 아는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풍산개 (2) - 나만 아는 이야기

1부 - 모두 다 아는 이야기 2부 - 나만 아는 이야기 3부 - 그때 그시절 풍산개와 진도개 1부 "모두 다 아는 이야기 (herocosmos.tistory.com/38)"에서 이어집니다. 1부에서 언급을 했지만 풍산개는 1942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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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풍산개와 진도개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만 말하는 사람은 다 달라도 내용은 비슷합니다. 과거의 풍산개와 진도개는 매우 훌륭한 개들이었는데 지금은 죄다 잡종화되어 과거의 명성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블라블라로 시작해서 결론 또한 다들 비슷합니다. 다른집 개들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만큼 엉망이고 자기가 키우는 녀석들만이 그나마 쓸만하다는 것입니다.

 

제법 오래 고민하고 나름의 조사를 해보긴 했지만 과연 어디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답이 있기는 한건지.. 그러던 어느날 2007년 12월 후배와 함께 구경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서 놀라운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함남 풍산의 풍산개""전남 진도의 진돗개"라는 타이틀이 걸려있는 일제강점기시절의 사진 자료가 떡하니 전시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함남 풍산의 풍산개

 

전남 진도의 진도개

 

글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봐버린 그때 그시절의 풍산개와 진도개. 누군가 그토록 과장하고 추켜세우던 무슨 로스트 테크놀로지 같은 전설의 존재가 아닌 딱 동네에서 힘깨나 쓰며 골목대장 노릇 좀 했을 모습이었습니다. 그앞에서 얼마나 얼척없는 오답 속에서 살아왔는지 느끼고 쓴웃음만 지을 수 밖에요. 밀려드는 어이없는 허탈함 앞에서 풍산개의 실체 추적은 그날로 그렇게 날려보냈고 나름 바쁜 사회생활에 완전히 잊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곳 산골마을로 들어오고 가진건 시간이요 남는건 잉여력 뿐인 백수 생활에 문득 그날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3만 8천점의 일제시대 사료 중에 500점을 전시했다 했기에 혹시 저 세점의 자료 말고 더 많은 자료가 있지 않을까 싶어 백방으로 수소문했고 우연인지 딱 10년이 지났던 2017년 12월에 결국 모든 자료를 다 찾고야 말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기를 원했기에 나름 이바닥에서 인지도가 높은 지인의 블로그에 공개해 줄것을 부탁했더랬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료 중 함남 풍산 풍산견 9점 (1940년, 촬영자 모리다메조)전남 진도 진도견 10점 (1937년, 촬영자 모리다메조) 입니다. 

 

 

 

1. 咸鏡南道(함경남도) 豊山(풍산)의 豊山犬(풍산견)

 

 

 

 

2. 全羅南道(전라남도) 珍島(진도)의 珍島犬(진도견)

 

 

 

이 자료들을 공개하고 나름 기대가 컷습니다. 본적도 없는 옛개를 두고 예전에는 이랬다 저랬다 떠들고 어디서 인터넷 검색하다 줏어담은 기록을 들이대며 자기에게 유리하게 갖다붙인 해설을 달아 열심히 잘난척하는 개꾼들이 좀 부끄러움을 알고 데꿀멍하기를 바랬는데  ① 별거아님 나는 더 좋은 자료 가지고 있음  ② 오오~ 이를보니 역시 나의 식견이 옳았음  ③ 이는 우리 토종개의 참모습을 왜곡하기 위해 일제가 조작한 자료임  ④ 우리집 개가 이거랑 똑같이 생겼네요 라는 어이없는 반응들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압권은 일제가 풍산개의 진짜 모습을 왜곡하기 위해 일부러 이상한 개들만 골라서 자료로 남긴거고 지금 우리집에 있는 개가 진짜 풍산개 맞다는 반응인데..  아 씨바 할말을 잊었습니다 저는 개 전문가님들처럼 사진을 보고 이 개는 두상이 어떻고 몸통이 어떠하니 성능은 어떨 것이고 품성은 어떨 것이다하고 맞추는 재주가 없기에 사료 조사 속에 담긴 우리개들을 평가할 능력이 없습니다. 정말로 일본이 못난개들만 골라서 사진 자료로 남긴 것인지, 아님 그 시대의 딱 평균적인 개들인지, 그것도 아님 사진 찍는다고 나름 똘똘한 놈들 골라 왔는지 알 수 없지만 그중 몇놈은 분명 당시 개마고원 일대를 헤집고 다니던 최고 레벨의 아웃라이어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습니다.

 

 

김익주필 응수도 (金翊胄筆 鷹狩圖)

 

 

盧令令 (노령령)

其人美且仁 (기인미차인)

사냥개 방울 소리

그 사람 아름답고 인지하도다

盧重環 (노중환)

其人美且鬈 (기인미차권)

사냥개 목걸이

그 사람 아름답고 빼어나도다

盧重鋂 (노중매)

其人美且偲 (기인미차시)

사냥개 겹 사슬

그 사람 아름답고 재주 많도다

 

- 시경(詩經) 제풍(齊風) 노령(盧令) -

 

 

개방울과 목걸이를 차고 있는 풍산개

 

개 방울과 목걸이, 그리고 사슬고리.

아마도 산속에서 사냥개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지금의 GPS 역할을 하는 장비였을겁니다. 바로 그 시절 사냥개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며 특히 방울 두개를 달고 있는 저녀석은 그중에서도 아주 특출난 대장개였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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