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잉여력

한반도의 마지막 맹수, 스라소니

herocosmos 2021. 1. 2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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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하던 시절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던 포스팅입니다. 오히려 호랑이나 표범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받고 100건이 넘는 목격담이 댓글로 줄줄이 이어졌는데 스라소니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동물이었나 당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일부 내용을 수정하고 추가해서 이곳에 다시 포스팅 합니다.

 

 

스라소니

 

 

우리나라에 서식했던 "고양이과 맹수"는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 그리고 살쾡이 이렇게 네종류가 있습니다. 현재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보호종으로 명시되어 있어 공식적으로는 멸종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아쉽게도 최소한 남한에서는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전에 호랑이나 표범에 대한 글을 쓴 이후 여러 질문을 받았는데 그중 가장 많은 질문이 호랑이나 표범에 대한 여러 목격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쥐뿔도 모르는 저로서는 "저야 모르죠"라는 답변이 아마 가장 솔직한 것이었겠지만 "사견으로 호랑이나 표범에 대한 목격담은 신빙성이 낮다고 본다"라고 제법 전문가 코스프레 비스무리하게 답을 했습니다.

 

사실 호랑이나 표범 같은 큰 영역을 필요로 하는 대형 육식동물이 이 좁은 한반도 어딘가에서 최첨단 장비의 관측까지 피해가며 흔적도 없이 살고 있다는건 대단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그 모습이 관측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 대형 육식동물이 존재한다면 여러 흔적들 (먹이활동, 배설물, 영역표시 등등)의 간접 증거는 분명히 발견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근거없는 목격담 말고는 그 어떤 직접증거나 간접증거도 발견되지 않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저런 근거없는 목격담 말고 정말로 1986년 DMZ 일대를 순찰중이던 미군 근무자가 한마리도 아니고 무려 호랑이들(!!)을 발견하여 주변 근무자들에게 주의하라는 당부를 보낸 기록이 있긴합니다. 어쩌면 정말 호랑이도 표범도 어딘가에서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합니다.

 

 

당시 미군 근무자의 진술 기록

 

 

대충 요약하면, "DMZ에 호랑이가 있다는 소문이 부대 내에 돌고 있었고 나는 병신들 지랄한다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야간 근무 중에 30~40미터 거리에서 호랑이 3마리를 발견했음. 무려 TOW 대전차 미사일 야간투시경으로 분명히 확인했고 돌아가서 지휘관한테 보고까지 했는데 어디가서 말하지 말라고 협박 당했음. 전우들, 대단히 주의할 것"  

 

 

그래서 남한의 마지막 맹수라는 타이틀은 현재는 살쾡이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정식명칭은 "삵"이 맞으나 제가 어려서부터 쓰던 "살쾡이"가 좀더 친숙해 살쾡이란 표현을 사용합니다.) 살쾡이도 멸종위기 2급 보호종으로 그다지 사정이 좋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 전국적으로 목격담이 제법 들리고 심지어 로드킬 사례까지 있는 걸 보아 어느정도 안정적인 개체수는 회복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살쾡이

 

겨우 저따위 녀석이 이땅의 마지막 맹수라니...

 

 

사실 저는 예전에는 살쾡이가 엄청 대단한 맹수인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 잭 런던(Jack London)의 명작 화이트팽(White Fang, 1906)에 묘사된 모습이 어린시절의 뇌리에 박혀서 그런 것인데 화이트팽의 아비 늑대를 1:1 맞대결로 처참하게 죽이고, 화이트팽과 그 어미인 키치까지 반 죽음으로 몰아넣은 살쾡이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뭔가 엄청난 맹수라고 쭉 믿고 있었는데 훗날 고양이보다는 쪼금 세다는 살쾡이의 실체를 알고 충격과 공포에 빠졌습니다. 아무리 소설이라고는 해도 어딜봐서 저 들고양이 같은 녀석이 북미의 회색늑대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인지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훗날 이 소설의 원문을 확인해 보고야 그 실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Then there came a time when the gray cub no longer saw his father appearing and disappearing in the wall nor lying down asleep in the entrance. This had happened at the end of a second and less severe famine. The she-wolf knew why One Eye never came back, but there was no way by which she could tell what she had seen to the gray cub. Hunting herself for meat, up the left fork of the stream where lived the lynx, she had followed a day-old trail of One Eye. And she had found him, or what remained of him, at the end of the trail. There were many signs of the battle that had been fought, and of the lynx's withdrawal to her lair after having won the victory. Before she went away, the she-wolf had found this lair, but the signs told her that the lynx was inside, and she had not dared to venture in.

 

기근이 끝나갈 무렵, 새끼늑대는 더이상 아비늑대가 벽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것도 그리고 아비늑대가 입구에서 누워서 자는 것도 볼 수 없었다. 어미늑대는 왜 아비늑대가 돌아오지 않는지 알고 있었지만 어미가 본 것을 새끼에게 말해줄 방법이 없었다. 어미는 사냥을 나갔다가 하루쯤 지난 아비늑대의 자취을 보았다. 아비늑대의 자취는 Lynx의 영역인 개울 건너 좌측 방향을 향하고 있었고 그 자취가 끝난 곳에서 아비늑대가 남긴 것을 발견했다. 싸움이 벌어졌고 그리고 그 대결에서 승리한 Lynx가 자신의 굴로 돌아간 흔적이 있었다. 어미늑대는 그곳을 떠나기 전에 굴을 발견했고 그곳에 Lynx가 있다는걸 알았지만 어미는 감히 도전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After that, the she-wolf in her hunting avoided the left fork. For she knew that in the lynx's lair was a litter of kittens, and she knew the lynx for a fierce, bad-tempered creature and a terrible fighter. It was all very well for half a dozen wolves to drive a lynx, spitting and bristling, up a tree; but it was quite a different matter for a lone wolf to encounter a lynx -- especially when the lynx was known to have a litter of hungry kittens at her back.

 

그이후로 어미는 사냥을 나갈때 개울의 좌측방면을 피했다. 어미는 Lynx에게 새끼 여럿이 있다는걸 알고 있었고, 그리고 Lynx가 얼마나 사납고 맹렬한 싸움꾼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늑대 대여섯마리가 달려들어 위협하면 Lynx를 나무 위로 쫓아버릴 수 있지만, 단독으로 Lynx를 대적한다는 것은 -- 특히 Lynx에게 배고픈 새끼가 여럿 있다면 -- 그건 무리다.

 

- "화이트팽 (White Fang)" 중에서 -

 

 

먹이를 두고 늑대와 경쟁하는 시라소니

 

 

화이트팽의 아비 늑대를 죽인 녀석의 정체는 살쾡이라고 번역되어야할 "Leopard Cat"이 아니고 바로 "Lynx"라는 녀석이었던 것입니다. 이 "Lynx"라는 녀석이 바로 오늘 포스팅의 주제 "시라소니" 입니다. (마찬가지로 정식 명칭은 "스라소니"이지만 우리에게는 해방전후의 주먹전설 이성순의 별명인 스라소니의 서북방언 "시라소니"가 더욱 익숙합니다. 때문에 이후로는 "시라소니"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좌) 실제 시라소니 이성순(우)

 

 

호랑이나 표범 같은 대형 고양이과 동물이 아닌 중형 고양이과인 시라소니 정도라면.. 충분히 어딘가에서 사람들 눈을 피해 살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걸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라소니가 아직 남한 땅에 살아남아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한반도 남부에도 시라소니가 서식했었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한반도 이남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원래 한반도 북부에서만 서식했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입니다. 

 

 

유라시아 시라소니의 서식지역

 

 

그림에서 보듯이 한반도 이남은 시라소니의 서식지역이 아니며 아예 "Possibly Resident"의 가능성 조차 부정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남지역에서는 시라소니라는 녀석을 아는 사람도 상당히 드물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때 그시절의 만주 일대를 떨쳐 울리셨다던 그분께서 유명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알려지면서 역으로 시라소니란 동물도 함께 소개되어 그뒤로 유명해진 것이라 추측됩니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저 조차도 시라소니 이성순 대해 알기 전까지 시라소니란 동물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화이트팽을 번역한 출판사조차도 "Lynx"를 살쾡이로 번역했다는 것 또한 시라소니란 동물이 이남에서는 그만큼 생소한 존재였다는 방증일 수도 있습니다.

 

 

조선우표 "시라손이" 변천사 1964년 - 1974년 -2015년

 

 

하지만 강원도 철원, 화천, 인제, 양구 지역에서 군생활을 했던 사람들에게서 분명히 시라소니를 보았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고 경상도나 전라도 일대에서 시라소니를 보았다는 목격담도 제법 있습니다. 심지어 밀렵꾼들 사이에서는 본인이 잡기도 했다는 입소문이 알음알음 새어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사냥꾼과 낚시꾼 하는 말은 믿지 말라는 세기의 명언이 있기에 이들이 하는 소리를 곧이 곧대로 믿는건 어리석은 일이긴 합니다. 당장 이전 네이버 블로그에 달린 댓글만 해도 수많은 자칭 사냥꾼 실제로는 밀렵꾼들이 자기네 집 뒷산 바래봉 일대에 시라소니 존나게(..) 많이 있다는 소리, 표범도 꽤 있는데 그중 흑표범을(..) 사냥해서 박제하기도 했다, 충청도 전의면 야산에서 호랑이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빗발치기도 했습니다. 밀렵꾼 여러분, 호랑이나 표범을 만나셨으면 저한테 말해봐야 아무 소용없으니 여기서 댓글 쓰지 마시고 먼저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함경북도 청진에 살았던 빅토리아 얀코프스키가 키우던 시라소니

 

 

애초에 이남에서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동물인데 현재 왜 이렇게까지 회자되는 것인지 참 이상한 일입니다. 저도 당연히 학계의 의견에 동의해 시라소니는 이북에서만 서식했었다라고 생각도 했었지만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과거 부터 존재 했던 아니건 그것을 떠나 혹시 이남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던 것이 아니었나하고 말이지요. 그러다가 시라소니란 이름이 이성순으로 인해 유명해지면서 예전부터 부르던 이름 대신 시라소니로 점점 대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저만의 생각입니다. 

 

그럼 남한에서는 시라소니를 뭐라고 불렀는데라고 묻는다면 아마 짐작되는 단어가 제 또래 분들이라면 하나 있을겁니다. 어린시절 시골에 가면 할매들이 늘 하던 말, "밤에 돌아다닐땐 개호주를 조심해야한다."

 

개호주. 이름만 들었지 누구도 정체를 모르는 바로 그 동물입니다. 도대체 80년대 그 시절 시골마다 있었던 사람을 위협할 만한 맹수라면 무엇일까요? 일단 국어사전에 실린 개호주의 사전적 의미는 범의 새끼를 부르는 순우리말이라고 합니다.

 

 

과거부터 시라소니는 "못난 호랑이" 정도의 취급을 받았습니다

 

 

호랑이라.. 호랑이라면 그냥 호랑이나 범이라고 불렀을테고 사투리를 쓴다면 "호랭이"라는 아주 유명한 표현도 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 만나기도 힘들겠지만 호랑이 새끼를 만나는 건 당장 로또를 사야할만큼 진귀한 일 입니다. 표범?? 사실 용어 자체만 놓고 보면 옛부터 개호주는 민간에서 표범을 낮춰서 부르는 말이라는 얘기가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80년대 어디 두메산골도 아닌 그냥 시골에 표범이 있었을까하면 그건 가능성이 없습니다. 살쾡이?? 솔직히 아무리 어린이들이라도 그깟 살쾡이한테 조심까지 해야할만큼 인간이 약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도록 합시다.

 

그러면 남은 답지는 단 하나 시라소니뿐입니다. 옛부터 하도 못나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새끼호랑이가 악착같이 살아남은게 바로 시라소니였다는 구전이 있는만큼 민간에서 시라소니를 못난이 범이라는 뜻으로 개호주라고 불렀다면 납득이 됩니다.

 

 

개호랑이를 잡은 것으로 유명한 진도개 벌포

 

 

위 사진의 주인공은 1978년 진도개 챔피언 벌포입니다. 광주일대에서 벌포를 이길 수 있는 개는 없다라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이 벌포에게서 전해오는 무용담의 최절정이 바로 시라소니를 1:1 맞대결로 잡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동물 싸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동체급이라면 고양이를 이길 수 있는 동물은 없다"는 이 명언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과연 중형견인 진도개가 동체급 내지는 상위체급으로 분류되는 고양이과 맹수인 시라소니를 이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는 의문이 먼저 듭니다. 진도개를 잘 아는 제 친구에게 저 벌포의 무용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자 "시라소니는 무슨.. 그냥 개소리죠."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사실 그게 이치에 맞는 말이기에 그냥 그렇게 과장과 미화가 섞인 무용담으로 알고 있었는데 우연치 않게 벌포의 옛 견주를 알게 되었고 한번 그때의 그일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분께서 이야기해준 사연은 이랬습니다. 일단 거기가 광주 시내는 아닌 외진 시골마을이었다고 합니다. 그 동네에 "개호랑이"라고 부르는 동물이 나타나 동네 개를 여럿 물어죽이는 일이 벌어졌고 마을에서 그놈을 잡으려고 덫까지 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놈이 숨어있는 곳에 벌포를 풀어 큰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벌포가 그녀석을 쓰러뜨린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합니다. 다만 그 "개호랑이"의 정체에 대해서는 그게 과연 시라소니였는가 확실한 대답은 할 수 없지만 그놈은 보통 살쾡이의 두배는 되는 크기였다고 분명히 살쾡이는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개호랑이라고 불리울만한 외모이긴 합니다

 

 

개호랑이라는 놈은 또 무엇일까? 벌포가 개호랑이라는 놈을 잡았다는 무용담이 사실이던 허풍이던 남한 지역에 뭔가 범의 이름을 빌려서 부르는 개호주? 개호랑이? 뭔지 모를 동물이 실제로 있었거나, 혹은 그런 동물의 존재가 구전으로라도 전해왔다는 하나의 사례입니다. 또한 저에게 댓글로 남긴 수많은 목격담들 또한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뭔가 동네마다 이름을 달리 부르는 요상한 동물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개호주, 개호랑이, 납닥발이, 개갈가지 등등.. 여기에 몇몇 목격담을 소개해 드립니다.

 

 

 

어릴적에 개호랑이 이야기는 동네에서 많이 들어 보았습니다. 제 고향은 전북 순창 입니다.
지금도 시골에서 농사 짓는 친구가 있는데.. 산에 나무하러 가서 개호랑이를 직접 보았다는 이야기는 제 친구이기에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래도 제가 이런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쁜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질까 해서 조심스럽지요.

 

 

저는 약초꾼으로써 산지를 많이다닙니다
삵은 일년에 몇번봅니다 삵은 딱마주치시면 도망가고 고양이보다 도톰한 덩치에 발이 굉장히 통통하다 느끼십니다 스라소니 넙덕발이 일반적으로 귀모양이 쫑긋 한게 스라소니인데 제가 본것은 확실한 점박이 문양 중견이상의 체구 귀가 쫑긋하지않고 끝부분이 쳐져 있었어요
사람보고 도망안갔습니다 거리가좁혀지자 느긋하게 뒤돌아서서 갈길 갔습니다

 

스라소니 정말 있습니다 직접목격했습니다
강원도화천에서 군복무중 2003년 1월경 전 민통선 안 진지에서 혹한기 훈련3일째였습니다

새벽 보초 2~3시 타임에 저는 3일동안 씻지도 못한 상태 진지 입구에 위장망안에서 제 앞을 지나가는 스라소니를보았습니다 워낙 동식물에 관심이 많으터라 단번에 알아보았습니다 그땐 숨조차쉴수없었지만 제눈을 보고도 믿기어려웠습니다

 

 

경상도 지방엔 갈가지... 라고 어른들이 말하는 동물이있는데

여우보다 좀 크고.. 사람을 물어죽인다고 하던데
이게 스라소니 아닐런지....

어쨋든 남한에도 있었다면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렸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에 저도 동의합니다.

 

 

목격담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이던 86년도 전후입니다.

전남 담양읍에 위치한 서당골이라는 마을에서 호랑이를 잡았다고 해서 가보니 어느 가정집 앞마당 빨랫줄에 네다리를 묶어 거꾸러 매달아 놓았더라구요. 죽은채로요. 기억으론 무늬도 호랑이와 비슷했던걸로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시골에서 개호랑이로 불렸던 시라소니가 아닌가 싶네요.

 

 

1978~1980년대 극 초반만 해도 제가 살던 강원도 철원군 이평리 에서 시라소니 여러번 목격 했고 ~

또 그당시 이평리 금학산 아랫 마을에서 제 큰아범님이 큰 정미소 운영하셨는데
그곳 비둘기장에 시라소니가 두번 침입했던 적이 있어서 자세히 본적이 있고
한번은 약을 먹고 죽었는지 죽은 개체도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
일반적인 삵과는 비교가 않되고 몸집이 크고 특히 발이 크고 목주변 털이 무성해서 기억이 생생하게 나네요 ~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무렵 까지만 해도 철원 동송읍 금학산 주변에는 꽤 여러 마리가 남아있던거 같습니다 ~

지금도 그곳에 집이 남아잇어 여름마다 놀러가긴 하는데
80년대 초반 이후로는 본기억도 목격담도 거의 없는걸 보면 아직 남아 있지는 않은거 같아
아쉽고 슬프네요 ~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제가 본게 스라소니였구나 하는 걸 요즘들어 깨닫습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이었구요.

90년대 초 쯤이었습니다.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건 마당 철문 쪽에 왠 커다란 고양이가 저와 눈이 마주쳤던 순간입니다. 첨엔 고양이네? 했는데 무슨 고양이가 저렇게 크지? 정말 진돗개만한 고양이가 절 노려보더군요. 이게 생각해보면 고양이가 아닌 증거였습니다. 고양이는 노려본다고 살기가 느껴지진 않죠. 어릴 때였고 난데없는 상황에 스라소니일거라는 생각은 못했어도 맹수라는건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건 발이 정말 컸습니다. 꼬리가 토끼처럼 짧았구요. 귀끝에 뾰족하게 난 털.. 그리고 그르렁 거리는데 결코 고양이가 낼 수 없는 저음이더군요. 한마디로 정말 무서웠습니다. 등을 보이거나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순식간에 공격해올거 같은 본능적인 느낌. 무기를 든다 해도 제가 이길 가능성은 없어보이는.. 그 순간의 기억은 정말 잊을 수 없지만 어떻게 그 상황을 모면했는지 기억이 없네요. 아마 그렇게 서로를 응시하다가 그 녀석이 지나갔는지 제가 얼른 현관문쪽으로 도망쳤는지 잘 모르겠지만, 두번째로 문을 열고 확인할 땐 사라졌습니다. 

스라소니가 이북지역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고 간혹 남한지역에도 외진 곳에서 목격된다고 하는데 전 도심은 아니지만 서울 한복판 집 마당에서 목격을 했고 흥미로운 목격담이 아닌가 해서 써봤습니다. 그리고 털색깔이 회색 내지는 잿빛이었습니다.

 

 

예전 전라도 보성 할머니댁 산에서 어르신들이 호랑이를 봤네 어쩌네 해서 비웃었는데 어머니께서 개호랑이라고 정정해주셨지요. 사람과 마주치자 앞발로 흙을 뿌리면서 위협했다고 합니다. 그땐 개호랑이가 대체 뭐야 하고 말았지만.. 벌포 견주분도 그렇고 덧글에 몇몇분도 개호랑이라는 용어를 쓰시는게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아마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그 정체불명의 동물을 개호랑이라고 불렀나봅니다. 검색해보니 경기도, 강원도등에서는 "살가지", "개호주"로 충청도, 전라도지역에선 "갈가지", "개호지", "개호주"로 경상도지역에선 "개갈가지", "납작바리" 이렇게 불린다는 글도 있네요.

이렇게 다양하게 불리는 정체불명의 동물이 스라소니라고 확신할순 없겠지만, 적어도 삵보다 훨씬 큰 고양이과 맹수가 한국에 존재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지금도 소수가 있을것 같구요

 

 

저는 88년생입니다. 저는 한국에 스라소니가 있다고 믿는 사람중 한사람 입니다.

저도 어릴때 목격했었는데 당시 4~6살 이었고 아마 92년~93년이었을 것입니다.
집 뒤에가 산인데 집 뒤껏에 산에서 저를 내려다보는 스라소니와 눈이 마주쳤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아가라서 스라소니가 고양인지 뭔지는 몰라서 어리둥절했었고 저와 스라소니는 한참을 서로 바라보다가 각자 갈길을 갔습니다ㅋㅋ
아마도 길가다가 인간과 마주친것 같네요ㅎ 저는 꼬맹이때지만 아직도 생생하네요!

 

 

저도 어릴때 제가 봤던 고양이과 맹수가 뭘까 궁금해하다가 자세한 설명보고 글 남깁니다. 저는 92~94년 사이에 본것같고 서울에서 북쪽 끝자락 (DMZ지역과 차로 1시간 반정도) 대낮에 산에 있는 아파트 으슥한 작은 공원에서 마주친적이 있습니다. 고양이보다는 훨씬 컸고 귀가 뾰족한 모양이라 어린 마음에도 내가 본게 뭐였는지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삵이 고양이보다 약간 큰 정도면 분명히 삵은 아니었거든요. 크기가 훨씬 컸고 무늬도 좀 독특해서요. 서로 약 3~5초정도 뚫어져라 보다가 눈 몇번 깜빡이고 저는 약간 뒷걸음쳐서 공원에서 나왔고 다시 봤을때는 사라졌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아이였을때라 공격당하지 않은게 천운이었는데 당시 눈 마주쳤을때 느낌은 공격할 먹이감을 찾는다기보단 그냥 엄청나게 경계하고있다는 느낌을 받은게 전부였어요.

 

 

여긴 경남 김해 장유. 여기선 가갈치라불렀죠... 80년대에 동네아재가 새끼여러마리잡아온적있고 제아는 형은 경남고성 문수암절밑에살았는데 86년정도에 토끼잡으려고 덫 놓앗는데 이틀새 두마리가잡혔답니다. 발이올무에걸려 사납게덤벼들어 방망이로 두들겨패서 잡아서 집에가져갔데요. 그게 시라소니라데요

 

 

경북에서는 스라소니보고 납딱발이라고 해요. 이 주변 설화 같은 거 보면 납딱발이가 흙 뿌리고 간 얘기, 납딱발이한테 죽은 얘기 같은 거 많더라구요. 저는 98년도쯤? 동네분들이랑 등산하다가 본 거 같아요. 당시엔 호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커서 생각해보니 스라소니 같습니다. 성인여자3 초등학생 8 정도의 인원이였는데 사람 봐도 눈 하나 깜짝 않던데요? 저희가 최대한 눈 안 마주치게 조심히 갈 길 갔어요. 곁눈질로 슬쩍 봤는데 살기와 함께 만만함? 봐준다? 란 느낌을 받음. 동네주민들이 등산도 많이 하는 곳인데... 등산로랑 짐승들이 다니는 길은 따로 있다나 봐요. 동생은 사슴이 지나가는 것도 봤다고ㅎㅎ 아무튼 스라소니도 지역마다 명칭이 다양한가 봅니다. 개호주, 개호랑이...

 

 

성주 방면의 목격담이면 아마도 김천 방향으로도 엮여 있을듯 합니다. 그곳이 아마 가야산 지류인듯 한데 거의 모든 지역이 산야로 둘러쌓여있고 산속 깊은 오지에서도 2채 정도의 인가가 있을 만큼의 오지도 존재 합니다. 보통 그곳의 유명한 절이 김천 청암사 인데 1997년도 즈음 내륙권에서 팔색조가 서식한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을 당시에 제가 이런곳에 팔색조가 있을 것이다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번식기에 팔색조가 서식을 하는걸 보았던 곳 인 만큼 산 자체가 깊고 인적이 없는 곳이 많습니다 그곳의 토박이 셨던 성씨 아저씨도 이 스라소니를 갈가지 라고 하더군요 새소리 같기도 하고 부엉이 소리 같기도 한 묘한 소리를 내면서 사람에게 흙을 뿌려대는 묘한 장난을 친다고도 하더군요 개가 미쳐서 스스로 목줄 끊고 도주하다 죽어버릴 정도로 겁을 집어먹었다고 하니 아마 스라소니 라고 봐야겠지요

 

- 많은 분들이 네이버 블로그에 남겨주셨던 목격담 모음 -

 

 

이 많은 목격담들이 모두 환상을 보았거나 지어낸 말이 아니라면, 남한에 호랑이나 표범보다는 작지만 살쾡이보다는 엄청 큰 뭔가 지역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요상한 동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남쪽 지방에서는 개호주, 개호랑이, 납딱발이, 개갈가지 등등의 방언으로 불리던 동물이.. 그것이 남쪽에 서식했던 시라소니였거나, 아니면 구전으로 전해진 북쪽 시라소니의 변형된 괴담이거나..     

 

 

1998년 한겨레21 기사

 

 

한겨레21 1998년 11월 26일자 기사이며 이 사진은 한상훈이라는 사람이 직접 찍은 것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남한에는 시라소니가 서식한 적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학계의 견해입다만 저 사진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남한에서도 최소 강원도 북부에서는 시라소니가 서식했음을 입증하는 분명한 증거입니다. 다만 국제적인 멸종위기라는 사진 설명과는 달리 한국 시라소니와 동일종인 유라시아 시라소니의 위험 등급은 Least Concern(최소한의 주의)으로 멸종위기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기에 저 기사의 수준이 의심스럽긴 한데..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흐릿한 점박이 무늬와 약간 붉은 빛이 도는 털을 봐서는 어디 외국에서 찍은 사진이 아니라 분명 한국 토종 시라소니가 맞다고 판단됩니다. 아래 움짤의 북한 시라소니와 흐릿한 무늬나 털색, 거기에 좀 못생겨 보이는 얼굴까지..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2003년 북한에서 촬영된 시라소니

 

 

내용 추가) 한상훈 박사님께서 직접 제 블로그에 댓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한겨레에 실린 저 시라소니 사진은 강원도에서 촬영된 것이 아니라 북한중앙동물원에서 촬영한 사진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북한 시라소니와 대단히 비슷하다고 했더니..

 

 

본인 직접 등판

 

 

유라시아 시라소니 (한국의 시라소니와 같은 종)

 

이베리아 시라소니

 

캐나다 시라소니

 

밥캣

 

 

시라소니.. 

이땅에 과거부터 살아왔었고 그리고 아직도 살아남아 있다면, 그래도 남한에 남아있는 마지막 남은 맹수로서 살쾡이보다는 좀 폼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수많은 분들이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그 정체모를 동물이 정말로 그녀석이라면 참 반가운 일입니다. 앞으로도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명맥을 이어가기를 기원해 봅니다. 사실 제 포스팅이 항상 그렇듯이 이래저래한데 그래서 결론은 나도 모르겠다 뭐 늘 그런 패턴이지요. 그래서 두서없이 시작하고 결론도 없이 끝맺어야 하는 이글 쓸까말까 참 많이도 망설였고 써놓고도 블로그에 올리지 않고 오래도 처박아 두었습니다.

 

 

시라소니야 시라소니야 아직 살아 있느냐

 

 

그리고 끝맺음은 아쉬움을 달래는 개그짤방으로 하겠습니다. 

최근 동물농장에 출연한 동물원 시라소니의 엄청난 서전트 점프력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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